죽음편지 | 2007/12/08 09:11


하고싶은 말이 있었는데 내가 왜 이 주말아침에 감기걸려서 12시간은 더 자야하는데, 이렇게 일찍 일어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입 속의 말을 더듬거렸는지 이제 알았다. 나에겐 하고싶은 말이 있었다는 것. 
최근에 보았던 영화들 중에서 난 단연 구스반산트가 만든 <파라노이드 파크>가 너무 인상적이었어. 그 영화가 정식 개봉하기 바로 전날 구스 특별전 이렇게 해가지고 영화 두 편을 내리 봤는데 파라노이드파크 보기 전에 봤던 게 바로 <last days>였어.
머리 안 감기로 유명했던 커트는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세상을 떠났는데 그가 락의 판도를 바꿨는지 저쨌는지 나는 몰랐지. 헤비메탈에서 얼터너티브로 넘어오도록 한 획을 그었다는데 그런 거도 몰랐고 그냥 간지나서 멋지다 하고 그랬는데, 난 그 때 락을 몰랐거든. 근데 사실 커트코베인때부터 락을 듣기시작했던 거 같애. 그 때 신해철 라디오에서 성우진이라고 rock it 편집장이 나와서 두부요동당인가 하는 이름으로 코너진행했는데, 난 단지 성우진이 말발이 신해철 저리가라 해서 그때 그 잡지 몇 개 사보면서 하도 락 붐이라서 그냥 팔에 끼는 팔찌처럼 여기면서 잡지를 보다가 결국은 원래 좋아하던 이승환이나 조규찬이나 토이같은 나근나근한 발라드에 심취해서 걔네들 팬클럽 쫒아다니고 그랬어. 당시 난 작은도시의 여중생이었지만.

아무튼 last days를 보면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 그리고 파라노이드파크를 봤고 그리고 그때부터 줄곧 Elliott smith 노래를 듣기도 했어. 구스아저씨가 미술도 좋아하고 좀 예술적인 기질이 다분한데 꼭 얘기하는 건 죽음이더라. 불안하기 짝이없는 남자애들 조명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죽어가나를 집요하게 찾더라. 그게 꼭 정말 죽음일수도 있고 또 주인공 아닌 다른이의 죽음이기도 했고 또 그게 꼭 실제적인 죽음이라기보다 내면적으로 죽거나 죽었다 살아나는 그런 식으로 뭔가 사라지는 것.
그런 걸 느끼면서 나에게 중요했던 건, 구스가 죽음을 보는 태도같은 것이었어. 그 사람은 한번도 죽어본 적이 없잖아? 그런데 마치 죽음 가까이 가 본 사람처럼 죽음을 대하더라. 그래서 나중에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이 몇 개 생겼어. 근데 그런 생각 하다가 도달한 건 죽음은 사랑이나 생명만큼 더 가까이 있고 너무 날것스럽다는 거야. 불행이나 아름다움에 대해 예민한 사람은 죽음에 대한 묘한 이미지를 갖기 마련이고 사람을 소중히 하고 생명에 대해 두려운 마음을 품은 사람도 죽음을 하나의 커다란 숙제처럼 여긴다는 거야.
그리고 항상 바로 곁에 보이지 않게 따라다니는 화해할 수 없는 친구같으면서도 끈질긴 우정으로 붙어있는 그런 존재로.
헤르만헤세도 보면 그래. 너무너무 우울한데 그 사람은 죽음을 아는 사람이야. 언제든지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게 쉬운게 아니거든. 그게 꼭 자살을 말하는 게 아니야. 자살과 같은 어떤 것에 대해 눈을 뜨는 것이 누구에게나 찾아오지 않는 다는 그런 뜻으로 말하는 거야.

난 사실 별로 그렇지는 않아. 알다시피 나는 실제로는 아주 그저그런 평범한 여자아이에 지나지 않거든. 중심이 없어 하루하루가 각각 다르게 뒤흔들리기도 하고, 오늘은 이랬다가 내일은 저래서 울지. 뭐 그렇게 지극히 평범해.

이제 슬슬 이야기를 마무리져야겠다. 나는 좀 더 우리가 우리 앞에 놓인 그것에 대해 더 들어갔으면 좋겠어. 물론 이 말은 감기조심해라는 말처럼 관성적인 문장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 같아. 어쨌든 나에게 그것이 끈질기다면 가볼 때까지 가봐야하지 않겠어. 나는 그렇게 생각해.
자기가 창조한 인물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되겠지만 구스아저씨의 죽음은 이야기해주는 게 많아. 그래서 앞의 말은 취소할래.

2007/12/08 09:11 2007/12/0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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