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혹은 2년만의 일요일의 브런치 | 2007/12/02 22:01


오늘 그 엉성한 시간에 찾은 손님없는 J's 키친에는 코니베일리래의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뒤쪽 선반위에 작은 스피커가 다소곳이 약간 들떠있는 상태로 놓여 아주 적당히 자상한 볼륨으로 온 공간을 소리로 채워주고 있었다. 어둑한 구석과 열려 올려져있는 이중창의 철제 창문, 마주한 곱게 내린 커피와 추운느낌의 테이블과 오무린 내 손. 그리고 우리는 방금 구워져나온 당근케익 대신에 카푸치노 크림치즈케익을 시킨 뒤였다.
문장 하나하나를 내장 깊숙이에서 꺼낸 듯한 소설이 곧 그가 손수 연출한 영화로 개봉될 것이라 얼마전에 꺼내서 다시 읽기 시작한 책을 오는길에 읽었는데, 그 책 속에서 머물고 있는 읽다 만 문장같은 것들이 뒤섞여 흐린 겨울공기를 뚫고 듬성듬성 왔다갔다 하는 느낌이었다.

한국에서 작곡 가장 잘 하는 사람은 지금으로썬 유희열일 것이라는 근거없는 결론과 예술의 이런저런 모양과 그들의 사정에 대해 오랜 이야기를 나눴는데 돌아올 때 갑자기 이가 떨릴 정도로 추워진 것 빼고는 대략 만족스런 브런치였다. 우린 왜 우리의 상태를 이토록 아파하는 걸까. 눈을 꽉 감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입 안의 속살을 질끈 깨물고는 정신을 차린다. 적당하게 괜찮게 살고 있는 것 말고 아주 극적인 모양새를 취하고 싶은데 아이디어들은 머리로부터 일미터정도 부양해있고 근근하게 하루씩 먹고사는 것에 대한 얇은 만족을 지껄이기도 한다.

정말 좋아하는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가 모두 꿈만 같다. 그리고 아름다운 숫자 27이 이제 곧 그 자취를 감출 것이다. 근근한 괴로움으로 시간이 가는 것들을 견디며 약간은 아프고 울적하게 그렇게 끈질기게 견디게 될 12월도 오늘 벌써 둘째날이 사그라진다.
그리고 난 최근에 본 <안경>, <은하해방전선>, <열대병>, <파라노이드파크>, <라스트데이즈> 이 영화들이 모두가 전부 좋았다.
반짝반짝하는 12월 살금살금 조금씩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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